본문 바로가기

카모카테 외전

[카모카테 외전] 8년 전, 7년 전, 그리고 1년 전 3-9, 3-10

※ 프리게임 관을 가진 신의 손(카모카테)의 외전 소설 '8년 전, 7년 전, 그리고 1년 전' 제3장「7년 전」의 번역본입니다.

 번역 사이트 파파고 사용 후 사전을 찾아보며 문장을 다듬었습니다. 직역, 오역, 의역이 있을 수 있으며 제보는 덧글 혹은 트위터 @tatnaeri 로 부탁드립니다.

 3-7 전까지의 다른 분이 번역해주신 블로그 링크를 함께 적습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1-1~1-4 모꾸모꾸님
1-5~2-10 크툴루충님
3-1~3-6 @tanassepangin님



 

 

 

 

 

 

 

 

 

 

 

 

 

 

3-9

 들어가자마자 마른 풀냄새가 타낫세의 코를 간질인다. 문을 닫은 반동으로, 손에 든 통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이 구두에 걸려 차가움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천장을 덮는 가지런한 판자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은 약해 밤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바일.」
 오두막 구석에 쌓여 있는 볏짚의 꼭대기에 다가가 타낫세는 이름을 불렀다. 대답은 없다. 황금빛 마른 풀 틈새로, 곱슬머리가 보였다.
 통을 바닥에 놓고, 이마에서 놓인 천을 집어 든다. 그것을 길어 온 물에 담갔다가 짜서 잠자는 바일의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 주었다. 이마를 만진 탓인지, 차가움 때문인지, 닫혀 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열린다.
 알아보겠어?
 들여다보고, 물으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타낫세......
 그래. 기분은 어때?
 머리...... 무거워.」
 열이 많이 나니까. 지금 물을 주지.
 일어날 수 있는 상태도 아닌 것 같기 때문에, 한 번 더 천을 물에 묻혀 가볍게 짜내고, 입가에 대준다. 별로 마시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입술의 균열은 조금 나아졌다.
 언제부터 몸이 이상했지? 계속 무리했던 거야?
 「더워......모르겠어......
 빨리 말해줬으면 더......
 그렇게 입 밖에 냈지만, 타낫세에게도 최근 자신의 상태가 피로해서인지 배가 고파서인지 몸이 안 좋은지 등을 알 수 없었다. 하물며 바일은 이런 식으로 앓은 적이 없다.
 자연스레 생각했다. 자신이 견딜 수 있다면, 바일도 또한 괜찮은 것이라고. 어쨌든 그는, 누구보다 강하고 뛰어난 총애자이니까.
 다시 한번 천을 물로 식히고, 이마에 실어 준다. 반짝이는 선정인이 가려지자, 거기에 있는 것은 몽롱한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자, 일단 푹 자라. 하룻밤 지나면 열이 내려 편안해지겠지. 그러면 다시 바다를 향해 가자.
 춥지 않게 짚을 그러모아 어깨까지 덮어준다. 바일은 어딘가 불안한 빛을 머금은 눈망울로 타낫세를 올려다보며 입을 움직였다.
 바다......
 그래. 빨리 안 나으면 놔두고 갈 거야.
 「가지마......
 가지 않을 테니까, 지금은 얌전하게 자.
 .....그렇구나......
 열은 곧 바일을 잠이 들게 만든다. 중얼거림이 숨소리로 변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 타낫세는 깊게 숨을 쉬고, 주변을 다시 둘러본다.
 길가에 세워진 오두막이었다. 짚을 보관하기 위해 있는 것일까, 지금은 사람 출입도 없는 것 같다. 있는 것이라면 마른 짚더미와 몇 개의 농기구뿐이었지만, 지붕과 따뜻한 짚과 통이 있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는 은혜가 되었다.
 의식 없는 바일을 짊어지고 달려, 자신도 또한 쓰러지기 직전에 간신히 여기까지 당도했을 때는, 무심코 신에게 감사해 버렸을 정도다. 임시방편이지만, 물을 확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하지만 약도 충분한 식량도 수중에는 없고,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은 괴로웠다.
 자신이 병으로 쓰러졌을 때는 무엇을 받았는지, 다시 타낫세는 생각한다. 의사의 진단, 따뜻한 잠자리, 영양 있는 식사, 머리를 식히고 땀을 닦는 뒷바라지....과 같이 당연하게 얻은 것을 지금 얼마나 원하는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바일의 자연스러운 회복을 바랄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타낫세는, 생각의 끝에 문득 싫은 것을 느꼈다. 고열과 결합된 추억. 그때도 나는 뭔가를 기원했다. 무얼......무엇을?
 번뜩임이 답을 데려오는 순간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터져 나왔다. 그것이 내 입술에서 새어 나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주체할 수 없이 온몸을 떨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결말을, 웃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겨우 신은 이 반쪽짜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실 마음이 된 것 같다.
 병상에서 올리던 기도는 마침내 여기서 이루어진다.
 바일의 고통을 자신이 신에게 요구했으니까.

 

 

 

 

 

3-10

정신을 차리니, 오두막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얼마나 웃고 있었는지, 아니면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단지 축축한 피로가 온몸에 휘감겨, 목은 바싹 말라 있었다.
 타낫세는 통 속의 물을 떠낸다. 따뜻한 감촉이 몸에 배어 이제야 머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먼저 한 일은 바일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잠들어 있는 듯하지만, 호흡은 얕고 괴로움은 누그러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반쯤 말라붙은 이마의 천을 꺼내 적시고 다시 얹어 줄 때, 만진 이마에서는 변함없는 열기가 전해진다. 이러니 수분이 많은 것을 먹고 싶어질 법도 하다. 하지만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은 퍼석퍼석한 콩과 짠 고깃조각뿐이다.
 그래도 먹지 않으면 약해질 뿐이다. 잠에서 깬 바일에 콩을 갈아서 물로 반죽한 것을 주었으나, 삼킬 수 없이 목이 메어 한입 먹이는 것도 포기했다. 결국 물을 마시게만 하고 짚에 눕힐 수밖에 없다.
 초췌해진 얼굴은 방금 전보다 그늘이 더 깊게 드리워진 듯해, 보고 있는 타낫세는 더욱 견딜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이 오두막 주위에 어떤 과일이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민가가 있어, 식사를 나누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처 없이 일어선 타나세였지만, 아래에 당겨지는 감촉으로 그 움직임을 멈춘다. 보니 바일의 손이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아......
 왜그래?
 자연스럽게 손을 대면 손가락은 차갑게 떨고 있다.
 추운거야?
 물어보니, 조금 뒤 고개를 끄덕인다. 성에서라면 당장 보온주머니라도 가져오게 할 텐데, 당연히 여기 있을 리가 없고 불을 지필 도구도 없다. 타낫세가 가진 따뜻한 것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짚 속에 파고들어 반쯤 껴안도록 붙든다.
 자, 이러고 있을 테니까 푹 쉬어라.
 응......
 바일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금방 잠을 이룰 수 없는 듯 뒤척뒤척 움직이다가, 이윽고 가슴에 이마를 받치는 듯한 자세로 안정된 것 같다. 둥글게 말은 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상태를 보니 바일로부터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잠은 잤어?
 확인하려는 취지의 질문이었는데, 거기에 답이 돌아온다.
 .....응, 타낫세.
 뭐야.
 「타낫세는 성에...... 돌아가고 싶어?
 그 물음은, 타낫세에게 어젯밤의 언쟁을 생각나게 했다. 혀끝에 쓴맛을 느끼며 그는 답을 망설인다. 어떻게 말하면 그 실언을 수복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타나세는 고개를 흔든다.
 아니......
 어째서?
 나는....거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 돌아가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바다에 가자.
 바다에 가고 싶어 하는 바일의 비위를 맞춘 대답. 동시에 입에 담은 생각이 너무나 마음에 박히는 것에, 내심 타낫세는 놀라고 있었다. 그렇다, 이것은 자신의 본심이기도 하다. 어젯밤에도 성이 그리워서 흐트러진 게 아니다. 현재도 필요한 것은 충분한 식료나 침구로서, 성이라고 하는 장소가 아니다.
 그러니 바일은 걱정할 게 없다. 여기에 두고 돌아가지는 않아.
 그렇게 전하듯 등을 부드럽게 두드리자 바일은 졸린 듯 가냘픈 목소리로 속삭인다.
 응......그렇구나......
 그것을 마지막으로 정적이 찾아왔다. 픔안의 온기를 느끼면서 타낫세는 다시 옛일을 회상한다.
 안뜰에서 지금과는 달리 평화롭게 잠들어 있던 바일. 옆에서 그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숙부. 이제는 없는, 숙부.
 그는 자신이 떠난 다음을 걱정해 바일을 부탁하고 간 걸까.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렇지만 지금 숙부가 나타나 똑같은 부탁을 했다면 나는 그렇게 수긍할 수 있을까.
 대답은 내지 못했다.
 도달하기 전에, 스며든 졸음과 함께 타낫세의 의식은 어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