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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카테 외전

[카모카테 외전] 8년 전, 7년 전, 그리고 1년 전 4-3, 4-4

※ 프리게임 관을 가진 신의 손(카모카테)의 외전 소설 '8년 전, 7년 전, 그리고 1년 전'의 제4장「6하고 반년 전」 번역본입니다.

 번역 사이트 파파고 사용 후 사전을 찾아보며 문장을 다듬었습니다. 직역, 오역, 의역이 있을 수 있으며 제보는 덧글 혹은 트위터 @tatnaeri 로 부탁드립니다.

 3-7 전까지의 다른 분이 번역해주신 블로그 링크를 함께 적습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1-1~1-4 모꾸모꾸님
1-5~2-10 크툴루충님
3-1~3-6 @tanassepangin님



 

 

 

 

 

 

 

 

 

 

 

 

 

 

4-3

 여정은 무사히 이어져 마침내 디톤 거리로 록차가 진입한다. 이어지는 록차 행렬과 그 자리에 그려진 왕의 문양을, 길가를 지나던 사람들이 멈춰서 흥미진진하게 배웅한다. 이번에는 특별히 숨어 오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즉위 후처럼 당당히 공표된 행진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귀한 손님이지만 실은 단순한 시찰과 권위감이다. 차세대의 국왕인 계승자가 동행하고 있는 것도 밝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의 이마로는 공개적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할 테다.
 일전에 있었던 일은 아무래도 내부에서 덮인 듯하다고 타낫세가 깨달은 건 시종들의 태도에서였다. 당연히 입소문이 흐르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귀족 중에도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흩어져 있어 의도적으로 정보를 억누르는 상황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록차를 타고 가는 건 따분해. 스쳐 가는 오래된 거리를 틈 사이로 바라보며 타낫세는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러 중심이 되는 바일을 데리고 나온 건 왜일까. 게다가 자신까지 함께. 어머니의 행차 원래부터 예정해두었다지만 과연 바일의 기분전환이란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움직일까.
 의심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가 이것저것 생각하기 전에, 록차는 디톤 거리를 가로질러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재촉을 받아 차에서 내린 타낫세는, 시내에서도 성산에서도 먼 디톤의 끝자락에 내렸다는 걸 알게 된다. 왕의 침소라고 하기에는 꽤나 한적한 곳이었다.
 얼굴에 의문점을 가득 안고 함께 내린 어머니에게 다가가니 그녀는 짓궂은 미소를 입술에 얹는다.
 「왜 그러나. 두 사람 얼뜬 얼굴을 하고 있군.」
 말을 듣고 그의 곁에 선 바일 역시 굳은 얼굴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무엇인가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건지, 어딘가 텅 빈 느낌이다.
 아니……틀림없이 고신전에 먼저 가실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그곳은 꽤 귀찮은 장소라 말이야. 왕이라 해도 아니, 왕이니까 선뜻 들어갈 수는 없다.
 별안간 향한 리리아노의 시선을 따라 타낫세 또한 성산으로 눈길을 돌린다. 멀다고 생각하는 건 성산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허락하는 한 그러할 뿐, 이정도로 가까이 있으면 그 위용이 닥쳐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초대를 받으면, 뭐 대략 하루는 봐두지 않으면 안 되니 디톤에 도착한 첫날은 여기에 머무는 걸로 정했네."
 그녀의 말에 넌지시 타낫세는 상황을 깨닫고 있었다. 왕을 영접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신전은 신전에 들어올 때 허가를 받고, 반면 일단은 신하인 신전에 인가를 바라는 것같이 하고 싶지 않은 왕은 직접 신전으로 향하지는 않는다. 양자의 의도가 맞물린 탓에 이 유예기간이 생기는 것이다. 자치권이 있는 신전에 강압적으로 했다가는, 자칫 잘못되어 두 번째 분열 전쟁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여기는 아무래도……
 이 근방의 사정은 알겠지만 타낫세의 마음에 걸리는 건 이 건물의 양상이었다. 장식 같은 게 매우 공들여 무게감이 있고 격이 낮은 곳이 아닌 거 같지만, 더 신전에 가까운 적합한 장소가 있을 거다. 마치 왕을 객지에 모시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나 말을 흐리는 타낫세에게 리리아노는 세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아, 아니야. 오해하지 말게나. 이곳은 신전과는 관계없다. 내가 정한 장소야.
 「아니라고요?
 그래. 이곳은 세리프 후작의 별장으로 말이지. 언제나 본관 쪽으로 가라고는 하지만, 여기가 좋다고 떼를 쓰며 폐를 끼치고 있다.
 「어째서 일부러?
 확실히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이곳은 경비에는 적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리아노를 봐서는 그런 주의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건……자신의 눈으로 보는게 빠르겠지. 두 사람, 따라오는 게 좋아.」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리리아노는 선뜻 건물 안으로 걸어간다. 서둘러 따라가려던 타낫세였지만, 불려온 또 다른 사람이 멍하니 서 있는 걸 눈치채고 옆에 다가갔다.
 「왜 그래, 가자.
 타낫세는 손을 잡아끌려다가, 바일의 손가락 끝의 차가움에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킨다. 거기에 응답하듯
 바일도 정신이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어...응, 뭐가?」

 「아니, 어머니가……」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눈치채지 못한 리리아노의 등은 건물 안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광경과 타낫세의 태도에 바일은 곧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다.

 「아, 그래, 가야겠다. 갈 거지?」

 돌변하여 당황하는 타낫세를 쭉쭉 끌고 걷기 시작한다. 여기로 오는 록차 안에서 어머니와 무슨 일이 있었을지 타낫세는 마음에 걸렸지만, 더 들을 시간도 없어 일단 따라가기로 했다.

 방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와 복도를 걷는다. 그리고 문을 통과했던 그곳엔 바다가 있었다.

 

 

 

 

 

 

 

 

 

 

 

 

 

4-4

 정면에서 불어닥치는 강한 바람에 파도가 일렁인다. 거기에 대고 더, 더, 더, 더, 더 몰아치는 일정한 박자는 저 멀리로부터 다가와 귓가에서 울려퍼졌다.

 발코니 아래쪽에서 넘실거리는 수면은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기운을 발했다.

 말로 듣거나 그림으로 본 것밖에 없었지만, 금방 알 수 있었다.

 호수와는 전혀 다른 존재. 이건, 바다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의 한편에선 이의를 제기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알고 있다. 여기 바다가 있을 리가 없다. 여기는 디톤, 바다에서는 아주 먼 땅이니까.

 그럼, 이것은.

 「이것이, 마의 초원이다.」

 낭랑하게 울리는 리리아노의 목소리가 타낫세에게 답을 밝혔다.

 「이 별장은 디톤의 영주가 마의 영역을 감시하기 위해 유지하는 요새와 같다. 습격 보고를 받은 것은 리탄트의 역사가 시작된 후로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곳은 있어야 한다.」

 다시 내려다보면, 확실히 그 "바다"를 형성하는 게 전체가 이어진 물이 아니고, 하나하나가 하늘로 솟아오른 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지금까지의 여행길에서 봐 온 여느 초원과도 다르게 기이하다. 마치 사람이 발을 디디게 하지 않을 의지가 있는 것처럼 높고 날카로운 기색을 보인다.

 다시 바람이 불었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버려졌다고 일컫는, 오래된 땅으로부터.

 순간, 풀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출렁이고, 몸을 비비며, 일정한 박자로 하늘을 채운다.

 여기가 끝이다, 라고 타낫세는 실감한다. 여기서부터는 리탄트라는 나라가 아닌 미지의 장소, 사람이 발을 디딜 수 없는 땅이라고.건

 그 앞에 시선을 던지면 어렴풋이 숲과 산의 형체를 볼 수 있었다. 까마득한 옛날 멸망했다는 마술사의 나라. 신에게 봉해진 그곳에는 지금도 마가 배회한다고 한다.

 발치에서 오르는 떨림이 굳어진 몸을 풀었다. 억누를 수 없이 떨고 있는 타낫세는, 갑자기 허리를 강하게 잡혀 펄쩍 뛰어오른다. 그 상대를 단숨에 뿌리치지 않고 둔 건 매달리는 몸이 자신보다 작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강하게 밀쳐지는 바람에 바일의 몸 또한 가늘게 떨고 있는 걸 잘 알 수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를 내지 않는 데에서 그 두려움이 전해진다.
 타낫세는 아주 조금 자신의 두려움을 누르고 리리아노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 시선을 받고 이해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여기 오래 있는 건 좋지 않아. 한번 본 걸로 충분할테고.
 이윽고, 건물로 돌아가도록 재촉받는다. 타낫세는 이의 없이 바일의 등을 떠밀듯이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바일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왜 그래?
 아까 전의 일도 있고, 걱정이 된 타낫세는 그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 순간, 바일은 갑자기 발코니의 난간으로 달라붙는다.
 깜짝 놀라 달려들자 바일은 사색이 되어 초원의 한 점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거.
 곧 손가락이 그것을 가리킨다. 거기엔 경계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흔들리는 풀 속에 흰 것이 드문드문 보였다.
 「저거, 뭐야?
 묻는 목소리는 딱딱하게 갈라졌다. 같이 보고 있는 타낫세는 멀고 선명하진 않지만, 그것이 평평한 돌이라고 생각했다. 풀밭에 파묻히게 쌓아놓은 모양이 딱히 색다를 것 없이 그곳을 굴러가는 돌일 수밖에 없는데, 왠지 타낫세도 기분이 언짢다.
 아마도 바일이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은 탓이다.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지 본인도 분명치 않은 듯, 그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흠. 자연히 그 모양을 이룬 것처럼 우리에게는 보이지만...……어떤가, 바일이여.
 달래듯 묻는 리리아노에게도 바일은 고개를 흔들기만 했다.
 「모……모르겠어. 모르겠어.
 점차 눈동자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해 리리아노는 그를 여기서 일단 떼어내기로 한 것 같다. 옆에 있는 위사를 시켜 바일을 안기게 했다. 전혀 저항하지 않고 건물 안으로 끌려 들어온 그는 풀의 바다가 보이지 않는 거실에 이르러 조금 차분해졌다. 그래도 식욕은 없는지 나온 과자도 손대지 않으려 한다.
 「안심해라. 오늘 밤은 여기 머물겠지만, 저게 보이는 곳이 아니니까 말이야. 저 발코니에서만 초원을 접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역시 나도 밤새 마의 소굴과 대면하며 지낼 배짱은 없으니까 말이야.
 익살스러운 말에도 반응이 없는 조카를 걱정스러운 듯 리리아노는 바라보고, 조금 전의 일은 너무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평상시의 음성으로 되돌리고, 새로운 제안을 해 온다.
 「자, 우리는 몇 명인가 여기서 손님을 맞아야 하지만, 그대들은 기분 전환이라도 하고 오는 게 좋아. 문양이 없는 록차를 준비하여 디톤을 안내받도록 하지. 왕성과는 다르게 꽤 운치가 있을 터이니.